고등학생이었던 80년대중반, 나름대로 음악을 좀 듣는다고 생각했다. 당시 내가 알던 프로그레시브록밴드들은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킹 크림슨(King Crimson), 예스(Yes) 정도였다. 그나마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다. 헤비메탈에 워낙 빠져있던 내게 프로그레시브록이라는 장르는 좀 지루했다. 핑크 플로이드는 뭔지 도르게 그냥 웅얼웅얼하는 것 같았고, 킹 크림슨은 전국민의 애청곡인 'Epitaph'정도가 귀에 들어왔다. 예스의 곡 중에선 프로그레시브라고 하기엔 낯간지러운 'Owner of a Lonley Heart'을 즐겨들었다.
어느날 친구가 테입에 내가 모르는 밴드들의 음악을 잔뜩 녹음해 주었다. 캐러반(Caravan), 소프트 머신(Soft Machine), 호크 윈드(Hawk Wind), 유케이(UK) 등등등, 그리고 클라투(Klaatu)가 있었다. 'Calling Occupants of Interplanetary Craft'라는 곡이었는데 어렵지 않으면서도 진보적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클라투의 음악을 찾아서 들어보니 참 따뜻하고 귀여운 음악을 하는 밴드였다. 세번째 앨범을 발매하기까지 멤버들에 대한 일체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심지어 다시 돌아온 비틀즈(Beatles)라는 루머가 돌았다는 신비적인 느낌도 내겐 아직까지 살아있다. 클라투란 밴드에 대해서 성시완씨가 소개한 기막힌 글이 있다. 나의 어줍잖은 지식으로 클라투에 대해 소개하느니 성시완씨의 글을 인용하는 것이 좋겠다 싶다. 다만, 아래의 글에서 동의하지 않는 것은 3집과 5집에 대한 평인데, 나는 3집과 5집도 너무나 좋아하는 앨범이다. 특히 5집의 'Maybe I'll Move to Mars'는 클라투의 곡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이다. 4집은 내가 생각해도 너무 졸작이다. 2집이 최고의 앨범이라는데 동의하며 1집도 2집보다는 덜하지만 진보의 성격을 띄고 있는 앨범임과 동시에 대중적인 넘버들도 많이 수록하고 있다.
Klaatu와 그들의 음악세계
글 : 성시완 (시완 레코드사 사장)
노트를 열어 보았다. "1996 년 4 월 22 일 월요일 오후 3 시 클라투(Klaatu) 의 매니저 프랭크 데이비스 (Frank Davies) 와 미팅"... 그가 내쉬빌로 출장을 떠나기 때문에 약속을 20일 뒤로 미루지 않을수 없었다. 4월이지만 토론토에는 겨울이 아직 끝나지 않고 있었다. 이상 기온 현상 때문에 눈이 수북히 쌓였고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그의 사무실은 아들놈의 피아노 학원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찾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회사일로 나는 그와의 미팅을 일주일 앞두고 토론토를 떠나지 않을수 없었다. 클라투의 재결성과 그들의 한국공연 기획을 뒷전에 두고서.... 4월 27일 아침 8시 24분, 클라투의 멤버 테리 드레이퍼(Terry Draper) 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맞추어 놓은 알람이 켜졌다. 야행성 (夜行性) 이라 아침에 일어난다는 것이 다소 무리였지만, 그와의 전화통화 약속이 오전 9시였기 때문에 억지로 몸을 일으켜야만 했다. 비몽사몽간에 끝낸 그와의 통화에서 얻어낸 사실은 테리 드레이퍼를 제외하고 나머지 멤버들은 완전히 음악계를 떠났기 때문에 클라투의 재결성은 불가능하다는것이었다. 테리 드레이퍼 만큼은 앨범 'Magentalane' 을 위해서 프로모션 투어가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전화 한 통화로 클라투 멤버 들의 재결성과 한국에서의 공연이라는 꿈은 사라져 버렸지만, 어느날 한국에서 테리 드레이퍼가 불러주는 존 레논 (John Lennon) 을 추모하는 곡
필자가 클라투라는 그룹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글을 썼던 것은 1984 년 경이었다. 당시 '음악이 흐르는 밤에'라는 심야 FM프로그램을 끝내고 애청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배포했던 'Underground Papyrus Zero'라는 홍보책자에 클라투에 대한 내용을 담았었다. 그로부터 12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 또 다시 그들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하니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두렵기 까지 하다. 12년이란 세월동안 클라투에 대한 숨겨진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지만, 그 반면 이들에 대한 음악적 열정이 다소 수그러든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오래 전에 써내려 갔던 클라투에 대한 내용들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그 당시 처음으로 세명의 멤버 이름이 밝혀졌고 , 네번째 앨범까지의 내용을 담았던 것 같은데... 아무튼, 뒤늦은 감은 있지만 클라투의 다섯번째 앨범 'Magentalane'의 국내 발매와 발맞추어 이렇게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새롭게 풀어나아가게 되었다. 참고적으로 최근 인터넷에 들어가면 누구나 클라투에 대한 이야기들을 쉽게 접할수가 있다. 데이브 브래틀리 (Dave Bradley)와 빌 오리어리 (Bill O'Leary)가 작년과 올해에 가졌던 디롱과의 인터뷰가 자세하게 올라와 있고 그외에 많은 아티클들을 웹을 통하여 접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자료들이 이번 기사에 많은 도움이 되었음을 밝힌다.
그룹의 결성
1973 년 캐나다의 영어권 중심지이며 복합문화도시인 토론토로부터 테리 드레이터 (Terry Draper - 드럼), 디 롱 (Dee Long - 기타), 그리고 존 월러슉 (John Woloschuk - 키보드) 등 세명의 유능한 스튜디오 뮤지션들이 클라투(Klaatu) 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디 롱과 테리 드레이퍼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그룹을 결성하여 각기 활동하고 있었고, 1968년 이래로 이들은 서로 알고 지내면서 1970년초부터 머드카우(Mudcow) 라는 그룹을 결성하여 2년간 활동했었다. 1972년 머드카우를 해산시키고 스튜디어에서 일하게 된 디롱과 테리 트레이퍼는 존 윌러슉을 알게되었고 결국, 세명의 스튜디오 뮤지션들은 새로운 그룹을 결성하게 되는데 바로 이 그룹이 클라투이다. 그들은 데뷔싱글
▲ 왼쪽부터 존 월러슉, 테리 드레이터, 디 롱
그룹명 KLAATU 에 대해서
유학 시절, 우연히 TV 에서 'The Day the Earth Stood (1951 년 Robert Wise 감독)' 이라는 흑백 SF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특수 임무를 띄고 외계에서 날아온 우주인의 이름이 바로 클라투(마이클 레니 - Michael Rennie - 가 열연) 였다. 이 영화의 내용은 78세의 클라투가 거대한 8척 장신의 로보트 고트(Gort) 와 함께 우주선을 타고 5개월간의 여행 끝에 지구에 도착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클라투는 지구에 머무르는 동안 미스터 카펜터(Mr.Carpenter) 라는 가명으로 워싱턴 디씨(Washington D.C) 하버드街 1412 번지에 머무르게 되지만, 곧 부상을 당하고 만다. 월터 리드(Walter Reed) 병원309 호실에서 화이트 박사의 치료를 받게 된다.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 부분은 지구를 파괴하라는 명령이 이미 프로그램 되어져 있는 클라투의 로보트 고트의 파괴명령을 멈추게 하는 장면이었다. 그 프로그램을 정지시키는 암호는 "Klaatu Barada Nikto"로써 헬렌벤슨 (Helen Benson) 부인 (패트리시아 닐 - Patricia Neal - 이 열연) 에 의해서 극적으로 멈추게 된다. 이 영화는 "스타워즈" 나 에일리언" 과 같은 현대의 뛰어난 특수효과도 없이 촬영된 초창기 SF 영화 이지만, 연기자들의 뛰어난 연기와 훌륭한 각본 때문에 널리 알려져 있는 초기 SF 영화의 걸작이다. 따라서 캐나다 토론토에서 활약했던 3 명의 스튜디오 뮤지션이 클라투를 그룹명으로 채택한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외게인과의 접촉을 노래한 'Calling occupants of interplanetary craft' 와 천왕성에서 온 친구를 노래한 'Anus of Uranus' 그리고 웅장한 우주적인 사운드를 담고 있는 'Little Neutrino'등이 그렇다. 'Calling Occupants of Interplanetary Craft'는 카펜터스(Carpenters)가 리메이크하여 캐나다와 영국, 그리고 일본에서 Top 10 에 올랐으며 미국에서도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엄청난 소문과 뜻밖의 대성공
비틀즈(The Beatles)가 재결성 되었다..?! 신비의 그룹 클라투가 비틀즈라는 소문은 미국으로부터 비롯되었다. 비틀즈가 재결성되어 클라투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앨범을 녹음했다라는 소문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이 소문의 진원지는 로드 아일랜드 (Rhode Island)의 프로비던스 저널(The Providence Journal)의 팝칼럼니스트 스티브 스미스가 쓴 "아마도 클라투는 비틀즈일 것이다." 라는 기사 때문이었다. 영국의 음악 전문지 NME(The New Musical Express)지는 스티브 스미스의 글에 대해서 "멍청한 팝칼럼니스트가 비틀즈의 헛소문을 퍼뜨리고 있다."며 그의 추측을 일축시켰지만 그 루머는 막을수 없을 정도로 전세계로 확산되었다. 또한 하드포드(Hartford)의 WDRC 방송의 DJ 찰리 파커(Charley Parker)가 클라투의 음악들을 소개하면서 "정말 비틀즈가 되돌아 왔는가?" 라고 언급하므로써 클라투의 데뷔앨범은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결국, 이러한 소문은 미국 롤링스톤지(Rolling Stone) 'Hype of the Year'의 앞면을 장식하며 1977 년의 가장 커다란 음악적 이슈로 떠오르게 되었다. 클라투가 비틀즈일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했던 이유들로 ;
1. 비틀즈의 앨범들을 발매했던 미국의 Capitol 레코드사로부터 발매되었다는 점
2. 음반에 그룹멤버의 이름이나 그룹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는 점
3. 음반에 담겨 있는 곡들에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와 존 레논의 보컬과 비슷한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는 점
4. 데뷔앨범 커버에 그려져 있는 웃고 있는 태양이 마치 존 레논의 코와 폴 맥카트니의 두 눈과 턱을 합성한 것 같다는 추측,
5. 수록곡 'Sub-Rosa Subway' 를 거꾸로 (Backward Masking) 돌리면 "It's Us!... It's Us!...It's Beee...talls" 하는 말이 흘러나오며, 끝부분의 모르스 신호는 비틀즈가 팝시장을 정복했던 루트 즉, "From London to New York" 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것.
이러한 이유외에도 여러가지 억측들이 나돌았는데 ; 클라투라는 그룹명이 "The Day the Earth Stood Still" 이라는 SF 영화 에서 비롯되었고 이영화에 등장하는 우주선이 링고스타의 앨범 'Goodnight Vienna' 커버에 등장하며 링고는 로보트 고트 옆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문은 "대중들이 비틀즈의 재결성을 강렬히 원하기 때문에" 생겨났으며 그러한 소문이 진실이기를 바라고 있기때문에 더욱 확산되었다. 결국 클라투의 음반 판매고는 하늘 높이 치솟았고 레코드사 측과 멤버들은 예상치 못했던 판매고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되었다. 전세계의 신문들과 음악지들이 비틀즈와 클라투에 대한 무성한 소문들을 기사화하는 동안 싱글 'Calling Occupants of Interplanetary Carft / Sub-Rosa Subway'는 60 만장의 판배고를 올리고 있었다. 이에 발맞추어 캐피틀(Capitol) 레코드사로부터 비틀즈의 곡들을 수록한 더블 편집 앨범이 등장, 비틀즈 팬들은 비틀즈가 재결성되었을것이라는 추측을 더욱 강하게 가지게 되었다.
밝혀진 소문의 진상
멤버들과 제작진들의 모습(케리커쳐) 이 어느정도 밝혀진것은 클라투의 세번째 앨범 'Sir Army Suit'(1978) 이며, 멤버들의 이름이 밝혀진것은 네 번째 앨범 'Endangered species'(1980년)이다. 그러나 1977 년 소수의 맹렬 팬들에 의해서 클라투가 비틀즈와 전혀 관계가 없음이 밝혀지게 된다. 몇 명의 팬들이 저작권 협회를 방문했고 클라투의 곡들이 무명의 캐나다인 세 사람의 이름으로 등록된 것을 확인한 것이었다. 이로서 클라투가 비틀즈와 무관함이 입증되었고, 결국 기나긴 숨박꼭질은 끝나고 말았다.
데뷔앨범 '3:47 EST'
'The recognized anthem of world contact day'라는 부재를 지닌 첫곡 'Calling Occupants of Interplanetary Craft' 는 내용상 그룹명 클라투의 발상과 일치한다. 지구를 관찰하러 온 외계인들과 접촉, 평화를 수호하려는 지구인들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사의 내용은 영화 'The Day the Earth Stood Still' 의 내용과 유사하다. 또한 이곡을 카펜터스가 리메이크했다는 사실도 우연의 일치일까? 영화속에서 외계인 클라투는 가명 미스터 카펜터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곡은 앞부분에 귀뚜라미와 각종 풀벌레 소리, 부엉이와 개구리 소리, 그리고 외계인이 지구에 내려 풀들을 밟는 소리들이 구상 처리되어 있다. 음반에 바늘을 올려놓는 음향처리도 번뜩이는 아이디어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두번째 앨범에서 또 한차례 시도 된다. 맑고 깨끗한 보컬, 그리고 독특한 보코더(Vocoder : 사람의 목소리 효과를 내는 신서사이저의 일종) 처리는 비틀즈 특히 폴맥카트니의 초창기 윙스(WINGS) 작품들을 연상시킨다. 또한 후반부에 반복되는 기타 음은 핑크 플로이드 (PINK FLOYD) 의 [Echoes] 에서 들을 수 있는 프레이징이다. 두 번째 곡 [California jam] 은 비치보이스 (BEACH BOYS) 를 연상케 하는 1960 년대 초의 로큰롤과 Surfin' Sound 풍의 작품이다. 후반부의 라이브(Live) 우상 처리도 인상적이다. 세번째 곡 [Anus(Hanus) of Uranus] 는 1973 년 싱글로 발표된 오리지널 버전과 다른곡이 앨범에 담겨 있다. (1976 년 영국에서 발표된 동명의 싱글은 앨범에서 발췌됨). 록비트가 강한 이 곡의 내용은 외계인 Anus 와 지구인 Jackson과의 만남, 그리고 그들의 즐거운 우주여행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흥겨운 리듬과 익살맞은 가사 내용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곡이다. 다음 곡 [ Sub-rosasubway ] 는 비틀즈라는 소문이 퍼지게 된 화제의 곡으로 이미 싱글로 발표되어 엄청난 판매고를 올린 작품이다. 보컬과 사운드는 비틀즈와 너무나 유사하다. 틈이 나면 이 곡을 꺼꾸로 들어오시기 바란다. 강렬한 'American Rock' 스타일의 [True life hero] 와 백워드 마스킹과 베이스를 과다 사용한 비틀즈 풍의 [ Doctor Marvello ], 그리고 코믹스러운 곡 [ Sir Bodsworth Rugglesby III ] 를 스쳐지나 가다 보면, 웅장한 대서사시 [ Little neutrino ] 가 신비로운 사운드와 함께 다가온다. 북미 최초로 도입된 보코더로 보컬을 처리했고 점층적으로 드라마틱 하게 전개되는 감성적인 곡 구성, 엄청난 효과음과 웅장한 브라스 부분은 장관이며 일품이다. [Little neutrino] 는 여러 종족들이 살고 있는 클라투라는 혹성이며, 그들은 함께 살 수 없기 때문에 서로를 파멸시켜 종말을 맞게 된다. 끝부분의 폭발은 바로 그들의 멸망을 상징한다. 이 곡은 "Issac Asimov's Guide to Science" 로 부터 영감을 얻어 왔다.
두 번째 앨범 'Hope'
첫 곡은 전 앨범에서도 물씬 풍겼던 비틀즈 풍의 [ We're off you know ] 이다. 이 곡으로 "클라투는 틀림없이 비틀즈이다.!" 라는 의심을 다시 한번 야기시킨다. 두번째 곡 [Madman] 과 세번째곡 [Around the universe in eighty days] 는 디 롱의 작품들로, 전자는 "내자신이 정말 미친 사람 같다. !" 라고 늘 생각해 왔던 디 롱 자신을 노래한 것이고, 후자는 빛보다 빠른 속도 "Wrap Speed"를 컨셉트로 구성된 작품이다. 바로 [Around the universe in eighty days] 이 곡부터 본 앨범의 신비롭고 환상적인 음의 세계가 펼쳐진다. 여기서부터 우리는 단 1 초라도 한 눈을 팔 수 없게 된다. 이 곡을 기점으로 클라투만의 독특하고 마법적인 음향 속에 서서히 몰입되어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곡은 전작 앨범의 마지막 곡 [Little neutrino] 와 사운드적으로 맥을 잇고 있으며, 코러스 효과를 물씬 풍기는 화려한 신서사이저와 폴리무그 그리고 보컬이 절묘하게 사용되었다. 짧은 이 곡이 아쉬움을 남기고 사라지고 나면 아날로그 잡음이 섞인 78 회전 SP 음향효과와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로 시작되는 이 앨범의 백미 [ Long live Politzania ]가 시작된다.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한편의 만화영화를 보는것 같은 느낌이다. 완벽한 컨셉트로 우리의 양쪽 귀와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너무나 정교해 그 누구도 이 곡을 모방할 수 없을 것 같다. 수 많은 효과음이 등장하지만 특히, 말발굽 소리와 말 우는 소리등 익살스러운 부분에서는 저절로 어깨를 들썩 거리게 할 정도로 신명이 난다. 이 곡과 [ Prelude ] 를 위해 영국 런던까지 건너가 런던 심포니와 협연했던 클라투 멤버들의 작품에 대한 열정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하프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The loneliest of creature] 는 연민을 느끼게 하는 아름다운 선율과 수 없이 오버더빙한 코러스가 그들의 감각을 나타낸다. 여성적인 코러스와 보컬 부분도 테이프 조작으로 클라투 멤버들의 보컬을 변형 시킨 것이다. 또 하나의 짧은 심포니를 듣고 있는 듯한 [Prelude]는 클래식과 록이 긁어줄수 없는 음악적 쾌락을 시원스럽게 느끼게 해주는 연주곡이다. 강약이 뚜렷하며 힘과 절제가 조화있게 구성되어 있다. 동유럽, 특히 헝가리 민속무곡에 기초한 이 곡은 집시의 바이올린 소리와 함께 한편의 감동적인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So said..] 의 도입부는 마치 앨리스 쿠퍼의 보컬을 연상시킨다. 디 롱이 앨리스 쿠퍼의 프로듀서인 밥 에즈린와 데모테이프를 제작한 바 있기 때문일까? 연주보다는 호소력 넘치는 보컬에 역점을 둔 이 곡은 본 앨범에서 가장 애처로운 곡이다. 그리고 끝곡으로 남아있는 타이틀곡 [Hope] 는 국내팬들에게 [Prelude] 와 [Long Live Politzania] 와 함께 매우 사랑을 받았던 클라투의 소품이다. 그리고 이 곡의 끝부분에 삽입될 예정이었던 가사는 불필요하다는 의견으로 앨범에 녹음되지 않았지만 가사집에는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다 준 앨범들
최후의 앨범 'Magentalane'
해산과 재결성 그리고 작별
[ Magentalance ] 을 발표한 직후, 클라투는 전미 순회공연을 기획한다. 그러나 레코드사 측의 재정보조가 미흡해 결국 북미(캐나다) 순회공연에 그치고 만다. 1981 년 11 월 부터 1982 년 7 월 까지 약 9 개월 동안에 걸친 성공적인 순회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클라투 멤버들은 각자의 길을 걷기로 마음을 먹는다. 디롱은 자신의 스튜디오 일에 몰두 했으며, 테리 드레이퍼는 오래전부터 음악활동과 병행해 왔던 건축업에, 그리고 존 월러슉은 회계학을 전공하기 위해 다시 학교로 되돌아 갔다. 국내에서 올림픽이 개최되던 1988 년, 클라투의 재결성 소식이 영국 런던으로부터 들려왔다. 클라투가 새로운 싱글 [ Woman ] 이라는 곡을 녹음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이 곡은 원래 서독의 TV 쇼 프로그램 'Tatort' 를 위해서 작곡한, 초창기 클라투풍의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 곡의 녹음후 멤버들은 서먹서먹한 감정으로 또다시 결별을 선언하게 된다.
글을 마치며...
며칠전 전화통화에서 테리 드레이퍼는 존 월러슉과 디 롱이 완전히 음악계를 떠났다고 말했다. 이제 오직 그만이 스튜디오를 새롭게 설립하고 클라투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클라투의 저작권을 비롯, 자료라든가 악보에 이르기까지 현재 그가 모든 것을 관리하고 있다. 그들의 결성과 공연이 불가능한 현재로서 필자의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그들에 관한 영상자료에 있다.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서 알려진 사실이지만, 클라투는 두 차례TV 에 등장한 적이 있었다. 그 첫번째가 1974 년 'Keith Hampshire's Music Machine' 이라는 TV 쇼 프로그램이었다.다행히 이 영상자료는 현존한다. 또한 미국 월트 디즈니사의 요청으로 캐나다 최초의 뮤직비디오가 [ Sir army suit ] 앨범의 발매 당시 (1978년) 에 제작되었다. 클라투의 멤버들이 만화로 처리된 "Happy New Year, Planet Earth!" 라는 제목으로 제작된 30 분 분량의 이 뮤직비디오 중에서 [ A routine day ] 만이 토론토의 전문 뮤직TV 채널 'Much Music' 을 통해 한 차례 소개된 바 있다. 이 비디오는 현재 테리 드레이퍼의 창고와 프랭크 데이비스의 사무실에 각각 1 개의 COPY만이 존재한다. 참고적으로, 필자는 이 뮤직비오를 제작한 L.A 소재의 제작자와 한국발매를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뮤직비디오로 그들의 옛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좋겠지만, 바라건데, 언젠가 이 땅에서 클라투의 공연을 여러분들과 함께 볼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닐 모스의 그늘을 벗어난 Spock's Beard 열번째 앨범, X (2010) (0) | 2011.08.05 |
---|---|
프로그록 두 천재 기타리스트의 의기투합, GTR (0) | 2011.08.02 |
Klaatu 리더 디 롱(Dee Long)과의 인터뷰 (0) | 2011.07.19 |
[라이브클립] Manfred Mann - Father of the Day, Father of the Night (0) | 2011.07.19 |
네덜란드 팝프로그 카약 최고 앨범 'Phantom of the Night' (0) | 2011.07.17 |